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관 JLL의 2025년 럭셔리 리테일 리포트는 루이비통·구찌를 거느린 LVMH, 케링 등 초고가 럭셔리 그룹들이 매출 하락을 보고하는 동안, 젠지(Gen Z)·밀레니얼 세대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브랜드들만이 역풍 속에서도 성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대표 사례로 지목된 브랜드 중 하나가 COACH입니다. COACH의 모회사 태피스트리(Tapestry)의 2025년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16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그중 COACH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 수치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숫자 뒤의 질문입니다. 깊은 헤리티지를 지닌 COACH는 어떻게 젠지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을까요? COACH는 2021년부터 브랜드 포지셔닝을 전면 개편하며 유튜브를 전략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COACH가 80년의 헤리티지를 새로운 세대의 감각으로 풀어낸 과정, 그리고 그 메시지가 어떻게 그들에게 닿았는지를 살펴봅니다.
뉴욕이 품은 자유와 평등에서 탄생한 COACH
1941년, 뉴욕 맨해튼의 작은 가죽 공방에서 장인 여섯 명이 야구 글러브의 부드럽고 내구성 있는 가죽에서 영감을 받아 지갑과 핸드백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COACH의 출발점이었습니다.‘아름다우면서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 - 이것이 브랜드의 첫 번째 신념이었습니다.
전환점은 1962년에 찾아왔습니다. 초대 수석 디자이너로 합류한 보니 캐신(Bonnie Cashin)은 COACH에 뉴욕 특유의 감각을 불어넣었습니다. 대담한 색감과 기능적인 디테일은 당시 뉴욕이 품고 있던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고, COACH는 매디슨 애비뉴에 첫 매장을 열며 글로벌 패션 하우스로 나아갈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80년 브랜드가 새로운 세대를 만날 때
오래 사랑받아온 브랜드에는 늘 한 가지 과제가 따라옵니다. 쌓아온 신뢰와 헤리티지는 단단한 자산이지만, 때로는 새로운 세대와의 간극을 만들기도 하죠. COACH도 그 지점에 서 있었습니다.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가, 어느 순간부터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멀게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이때 소비 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YOLO(You Only Live Once)에서 YONO(You Only Need One)로 소비 심리가 이동했고, 과시보다 ‘나에게 진짜 의미 있는 것’을 고르려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베인앤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럭셔리 소비자 기반은 약 2,000만 명 줄었지만, ‘접근 가능한 럭셔리(Accessible Luxury)’ 세그먼트는 유일하게 역동성을 유지했습니다. 동시에 젠지는 브랜드에 소유 이상의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의 이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무언가를.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젠지가 2030년까지 글로벌 럭셔리 소비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COACH에게 이 흐름은 또 다른 기회였습니다. 보다 젊은 세대가 원하는 가치, 즉 진정성과 자기 표현은 이미 COACH 안에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꺼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가질 수 있는 것’에서 ‘나를 표현하는 것’으로
플렉스와 인스타그래머블이 젊은 세대의 소비를 대표하던 YOLO 시대가 조용히 저물고 있습니다. 그 자리를 채운 건 YONO, 꼭 필요한 하나만 갖는다는 태도입니다. 광고 대행사 대홍기획의 분석에 따르면 절약보다는 무심코 사들이던 소비에 선을 긋고, 무엇을 고르느냐로 자신을 표현하는 소비 방식입니다.
과시에서 표현으로, 소유에서 선택으로. 이제는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느냐’가 곧 ‘나는 누구인가’를 설명하는 시대입니다.
COACH는 이 흐름을 읽고, 브랜드 포지셔닝을 ‘접근할 수 있는 럭셔리’에서 ‘표현하는 럭셔리(Expressive Luxury)'로 재정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 변경이 아니라,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의 변화였습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가격 중심의 메시지에서 ‘나를 표현하는 도구’라는 정체성 중심의 메시지로 전환한 것입니다.
COACH는 2021년부터 이어온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용기(Courage To Be Real)라는 브랜드 메시지 아래 ‘Find Your Courage’, ‘Unlock Your Courage’, ‘On Your Own Time’, ‘Revive Your Courage’, ‘Explore Your Story’ 등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젠지의 자기표현을 독려해왔습니다. 브랜드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대변할 앰배서더 선정 역시 이러한 흐름과 결을 같이합니다. 특히 2025년 가을 캠페인부터 합류하게 된 그룹 i-dle(아이들) 소연은 음악과 창작 전반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온 아티스트로, COACH가 추구하는 자기표현과 도전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인물이었습니다. 이처럼 뚜렷한 서사를 지닌 글로벌 앰배서더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할 때, COACH의 메시지는 삶을 대하는 하나의 선명한 태도로 읽힙니다. 시장도 반응했습니다. 글로벌 패션 트렌드 지수 ‘리스트 인덱스’는 2025년 1분기 COACH를 핫티스트 브랜드 4위로 꼽았습니다. 전 분기 5위에서 한 계단 오른 수치였습니다. 리브랜딩의 방향이 유효하다는 신호였고, COACH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좋은 메시지도 좋은 전략 없이는 닿지 않는다
브랜드 포지셔닝이 정서적 공감을 다지는 과정이라면, 그 공감을 실제 인지 변화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정확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기억에 남지 않겠죠.
COACH 광고 담당자는 이번 캠페인 설계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COACH를 새로운 시각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기 표현’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지금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었죠. 타겟을 F18–34로 설정하고, 이 세대가 COACH를 자신의 스타일과 연결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 COACH 광고 담당자
COACH가 한국 시장에서 세운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젠지를 대상으로 한 비보조 브랜드 인지도(UA, Unaided Awareness) 상승. 누군가 브랜드나 제품을 먼저 언급하지 않아도, 소비자 스스로 COACH를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것. 글로벌 브랜드가 특정 세대의 자발적 기억 안에 자리 잡으려면 얼마나 자주, 어떤 맥락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닿느냐가 중요하니까요.
이 목표를 수치로 만들기 위해 COACH는 구글과 닐슨의 리서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튜브 캠페인 적정 도달률 및 빈도를 달성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리서치에 따르면 브랜드가 주간 타겟층 도달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운영할 때 YouTube의 효과 및 ROAS가 가장 높고, 주간 타겟층 빈도가 3~5회인 브랜드가 YouTube에서 가장 높은 효과와 ROAS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럭셔리 브랜드 캠페인이 일반 소비재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COACH 광고 담당자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일반 소비재는 광고가 직접적인 전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럭셔리 카테고리는 검색, 리뷰 탐색, 비교, 고민 등 여러 단계를 거친 뒤에 구매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단기적인 전환보다는, 향후 구매 니즈가 발생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도록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축적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 COACH 광고 담당자
이에 COACH는 즉각적인 전환율 대신 대규모 도달(Reach)과 브랜드 리프트(Brand Lift) 지표 관리에 집중하며, 이번 캠페인에 두 가지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최소 주간 도달 50% 이상, 최소 주간 빈도 3회 이상. 수치로 명시된 기준은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방향성을 잃지 않게 했습니다.
핵심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도달과 빈도를 높이는 전략에는 피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노출이 반복될수록 소비자가 메시지에 무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취향을 다루는 브랜드 광고에서는 이러한 피로도가 더욱 민감하게 작용합니다. COACH는 이 문제를 인지도와 소비자 고려도를 높이는 유튜브의 다양한 광고 상품들을 조합하고, 크리에이티브를 다각화하는 방식으로 풀었습니다.
Video Reach Campaign(VRC)으로 도달 기반을 넓히고, VRC Non-skip으로 메시지가 끝까지 온전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Video Target Frequency로 핵심 타겟에 대한 노출 빈도를 정교하게 조율했고, Video Ad Sequencing(VAS)은 동일 소비자에게 서로 다른 소재를 순차적으로 노출해 광고 피로를 낮추는 동시에 브랜드 서사를 이어가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이슈 부스팅 구간에는 빈도를 5회까지 확장하며 탄력적으로 운영했습니다.
COACH 광고 담당자는 크리에이티브 다양화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도달 중심으로 운영할수록 동일 타겟에게 반복 노출이 불가피합니다. 단일 소재로는 메시지 집중도를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피로감도 커지죠. 사용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콘텐츠를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고, 브랜드 입장에서는 일관된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축적되도록 한 것입니다.”
— COACH 광고 담당자
크리에이티브 유형의 경우, 여러 글로벌 앰배서더들의 캠페인 영상을 균형 있게 배분하고, 6초·15초·30초·풀버전과 세로형·가로형을 혼합 운영하며 소비자의 시청 맥락에 맞게 소재를 다르게 구성했습니다. 전달하는 메시지는 하나였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함으로써, 메시지를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퍼포먼스를 최적화했습니다.
브랜드를 기억하고 선택하게 되기까지
결과는 세 개의 지표가 동시에 움직이는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2025년 2분기(4~6월) 기준, 브랜드 인지도 2.06%, 구매 고려도 1.34%, 구매 의도 1.90%의 절대적 상승도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도달은 909만, 월 평균 도달은 8.9배였습니다.
세 지표가 함께 오른다는 것은 생각보다 드문 일입니다. 인지도 캠페인이 구매 의도까지 끌어올리려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COACH를 자신의 선택지로 받아들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메시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닿았을 때, 소비자는 COACH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이야기 안에 COACH를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시장 반응도 뒤따랐습니다. 2025년 회계연도 기준 COACH의 연간 매출은 10% 성장했으며, 북미 신규 고객의 60~70%가 젠지·밀레니얼 세대였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젠지 신규 고객이 전년 대비 75% 증가했고, 매출도 30% 이상 상승했습니다.
COACH 브랜드도 자신만의 속도로
COACH가 새로운 세대에게 건넨 메시지는 심플했습니다.
‘나만의 속도로 가도 된다.’
이는 캠페인 메시지를 넘어, COACH가 럭셔리를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 각자의 속도와 방식이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것.
80년 된 브랜드가 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것은, 주변과 비교하기보다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온 시간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COACH가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