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는 반세기가 넘도록 한국인의 일상에 자리한 스테디셀러입니다. 하루 평균 100만 개 이상 팔리는 이 제품의 브랜드 빙그레는, 단지 하나의 히트 상품이 아니라 여러 세대의 기억 속에 겹겹이 쌓인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래 사랑받았다는 사실이 곧 새로운 세대에게도 유효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빙그레는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에게 정확히 닿기 위해, 신제품 ‘무가당 바나나맛우유’의 런칭 캠페인으로 유튜브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타깃이 가장 많이 모이는 플랫폼에서,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캠페인을 설계하기 위해서였죠. 이 글에서는 빙그레가 브랜드의 코어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세대와 접점을 만들어간 과정을 살펴봅니다.
‘빙그레’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까지
1967년 대일양행으로 출발한 회사가 여러 차례의 사명 변경을 거쳐 1982년, 지금의 ‘빙그레’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이 강조한 ‘빙그레 웃는 세상’에서 영감을 받은 순수 한글 작명이라는 해석이 전해지는데요. 이 일화는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역사적 서사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이 이름 아래 빙그레는 세대를 관통하는 제품들을 하나씩 쌓아갔습니다. 메로나, 투게더, 꽃게랑 등이 출시되면서 빙그레는 한 세대를 넘어 여러 세대가 함께 일상에서 접하는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그 중심에 바나나맛우유가 있습니다.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는 우유 맛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도록 바나나 풍미를 더한 제품이었습니다. 빙그레는 여기에 한 가지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항아리 모양의 용기에 바나나맛우유를 담은 것이죠. 사각 팩보다 비효율적이라는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같은 외형을 고수한 덕에, 이 패키지는 바나나맛우유를 떠올릴 때, 가장 손쉽게 생각나는 대표 이미지가 됐습니다.
코어를 지키며 변주하는 브랜드
바나나맛우유는 2005년 가공우유 최초로 연간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현재는 하루 평균 100만 개 이상 팔리며, 바나나맛 가공유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인업은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메로나, 투게더 등 자사 아이콘과 결합한 한정판을 잇달아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에 맞춰 설탕을 덜어낸 ‘무가당’ 제품을 별도로 출시했습니다. 이미 존재하던 라이트 버전을 넘어 아예 성분 구조를 재편한 이 시도는, 헬시플레저 시장 내 선택지를 확장하려는 전략적 포석이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 흐름도 있었습니다. 코카콜라는 2025년 판타 제로 시리즈를 새롭게 출시하며 제로슈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고, 큐리그 닥터페퍼는 2020년 제로슈거 제품이 단 하나도 없던 상태에서 2026년 초 40종 이상으로 라인업을 확장했습니다. 국내 제로 음료 시장 역시 2018년 1,630억 원에서 2023년 1조 2,780억 원으로 약 7.8배 성장했고, 그 열기는 음료를 넘어 주류, 라면, 아이스크림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정확하게 닿는 캠페인 설계
누구나 아는 제품의 새 라인업을 알리는 일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50년간 쌓아온 익숙함이라는 자산은, 때로 새로운 맥락을 가로막는 관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빙그레는 이 관성을 깨기 위해 ‘브랜드 세계관’이라는 새로운 소통 문법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다졌습니다. 정성적인 소통으로 젊은 세대의 신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용력을 다지는 한편, 신제품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정밀하고 정량적인 마케팅도 진행했습니다. 빙그레 광고 담당자는 이번 캠페인 설계의 핵심을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이라고 설명합니다.
“50년 이상의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의 신제품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바나나맛우유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와 친숙함을 지금의 트렌드에 맞는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이지만 바나나맛우유답다’는 인상을 주고, 자연스럽게 신뢰를 기반으로 한 수용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첫 번째 단계의 목표는 신제품 인지 확보였습니다. 빙그레는 세 가지 유튜브 광고 상품을 조합했습니다. 먼저, AI 기반으로 다양한 지면에 자동 노출을 최적화하는 VRC(Video Reach Campaign)에 높은 예산을 배분해 도달 범위를 극대화했습니다. 동시에,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만 노출되는 YT 셀렉트 라인업을 활용해 최신 트렌드 영상 안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쇼츠의 첫 번째 광고 자리를 선점하는 퍼스트 포지션 온 쇼츠(First Position on Shorts)를 통해, 주요 타깃 이용률이 높은 숏폼 지면에서 첫 접점을 장악했습니다. 이때 주목할 만한 점은 캠페인 시작 첫 일주일에 전체 예산의 50%를 집중 투입한 것입니다. 이슈성 확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에 자원을 몰아넣으면서 대세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빙그레 광고 담당자는 이 판단의 근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바나나맛우유가 ‘무가당’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선보인 만큼, 시장 내에서의 대세감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에게 지금 가장 주목받는 선택지로 인식되길 바랐고요. 접근성이 높은 바나나맛우유의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인지도를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체험해 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슈성 유지와 효율 최적화에 집중했습니다. VRC에 더해 조회수를 극대화하는 AI 자동화 솔루션인 VVC(Video View Campaign)를 병행 운영하며, 관심도가 확인된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반복 전달하는 구조로 전환했습니다.
두 단계의 촘촘한 캠페인 설계와 더불어 우리 광고를 볼 고객들의 페르소나를 정교하게 설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빙그레와 메조미디어는 브랜드, 모델, 제품, 운동·건강, K-POP을 포함한 2030 세대의 관심사까지 키워드를 촘촘히 설정해 무가당 바나나맛우유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맞춤 타겟 모수를 구성했습니다. 여기에 구글의 타깃 페르소나 리포트를 분석해 제품 관여도가 높은 세그먼트를 추가로 확장하며 효율을 관리했습니다.
동시에 광고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BLS(Brand Lift Survey)와 SLS(Search Lift Survey)를 병행 측정했습니다. BLS를 통해서는 광고 노출군과 비노출군을 비교해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의 변화를 측정했고, SLS를 통해서는 광고 노출 이후 키워드 검색량의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BLS 측정 결과를 반영해 광고 효과 상승도가 높은 상품 위주로 운영을 재편하고, SLS에서 검색 효과가 우수한 타깃의 페르소나 리포트를 기반으로 타겟팅을 한 단계 더 최적화했습니다. 단순히 수치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측정 결과를 다음 집행의 근거로 순환시킨 것입니다.
캠페인이 바꾼 것
BLS 결과, 캠페인 초기 집행 1주 이내에 유의미한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내부 분석에 따르면 브랜드 인지도 절대적 상승도는 동종업 대비 333%, 여성 고객 절대적 상승도 452%, TV 지면 절대적 상승도 323%를 기록했습니다. 신제품 키워드 검색광고 효과(SLS)는 322%에 달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TV 디바이스에서의 성과입니다. 최근 TV 화면으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흐름을 반영해 TV 지면을 적극 활용했는데, 실제 선호도 상승 효과가 다른 디바이스 대비 TV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대형 화면에서의 광고 경험이 브랜드 메시지 전달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레거시 브랜드일수록 브랜드 헤리티지를 현재의 맥락에 맞게 재구성하여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익숙함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새로움은 선택의 이유가 됩니다. 두 요소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신제품 캠페인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봅니다.”— 빙그레 광고 담당자
빙그레의 현실 세계관을 넓히는 방식
인기 제품인 바나나맛우유의 무가당 출시는 예고된 수순이었습니다. 빙그레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브랜드에 녹여내고 있었습니다.
2021년 론칭한 단백질 전문 브랜드 더:단백은 드링크, 바, 파우더, 스낵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단백질 음료 카테고리 내 리딩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GLC 더:케어는 병원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완전균형영양식, 당뇨영양식 등 케어푸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고령·질환 관리 니즈를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건강 포트폴리오의 또 다른 축이 됩니다.
젊은 세대의 건강 관리부터 중장년층, 더 나아가 액티브 시니어의 영양 설계까지, 빙그레가 건강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다루는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빙그레가 나아갈 다음 스텝이 궁금해집니다.